생각과 움직임은 정말 다른 것인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 기술 수준을 살펴보며, 인간의 신체적 노동은 본질적으로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이 글은 특히 손을 중심으로 한 감각 운동 기술의 정교함,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경험의 깊이, 그리고 가상 환경에서의 학습이 현실로 완전히 옮겨지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한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직관적 경험과 맞닿아 있어 쉽게 '공감'되며, 로봇 기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판단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관점은 흔히 ‘모라벡의 역설’로 알려진 주장, 즉 계산과 추론 같은 인지적 연산은 비교적 쉽지만, 감각과 운동이 결합된 신체적 기술은 매우 어렵다는 생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데이터 격차’ 논리도 함께 제시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은 최근 뇌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신체와 인지를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전제하는 관점에 머물러 있다.
먼저, 감각 운동 기술이 본질적으로 인지적 연산보다 더 어렵다는 전제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회의적 시각은 로봇이 아무리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갖추더라도,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모델들은 이러한 구분이 감각, 언어, 행동을 각각 분리해 설계해 온 기존 인공지능 구조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각 정보, 언어적 맥락, 그리고 물리적 행동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하는 구조에서는, 행동이 단순히 명령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 과정의 일부로 기능한다. 이 경우 시스템은 먼저 생각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지속적으로 형성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생각’과 ‘움직임’을 서로 분리된 단계로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감각 운동 기술이 인지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속한다는 기존의 전제 자체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온 방대한 경험은 기계에게는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 역시 같은 관점에서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회의적인 입장은 인간이 진화와 학습을 통해 쌓아온 경험의 양과 깊이를 로봇이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경험이 반드시 동일한 방식으로만 쌓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봇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중력, 마찰, 물체의 변화와 같은 다양한 물리 조건을 포함한 가상 세계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경험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로봇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직접 학습하지 않은 동작도 다른 형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경험을 단순히 ‘오랜 시간의 축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이해하는 기존 관점을 넘어선다.
수십 년 동안 굴착기를 조정해 온 한 굴착기 사장이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내 손의 감각은 인공지능 굴착기가 절대로 흉내도 내지 못한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의 말에는 오랜 노동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확신이 담겨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그렇게 믿어야만 인간의 노동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될 수 있고, 그래야 자신의 생존 또한 보장될 수 있다는 절박함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에게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까지 익숙하게 살아온 시간의 질서를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낯선 ‘새로운 시간’이며, 그렇기에 두려운 암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가상 환경에서의 학습이 현실 세계로 잘 옮겨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심투리얼 간극’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로봇 학습의 큰 한계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리적 조건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환경에만 맞춰진 동작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강건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 시각 정보뿐 아니라 촉각과 힘의 피드백까지 결합하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물리적 상호작용의 정밀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현실의 불확실성을 단순한 장애가 아니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기존의 회의적 시각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인간의 사고 구조를 밝히는 뇌과학 연구 결과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의 연구들은 인간의 사고가 감각과 운동이 분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수록 인지적 처리 영역과 운동 관련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며, 과제가 어려워질수록 이들 사이의 연결성은 오히려 더 강화된다. 이는 운동이 단순히 사고의 결과를 실행하는 단계가 아니라, 사고 과정 자체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인지와 분리된 독립 영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인간의 실제 작동 방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이해에 가깝다.
결국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제시된 회의적인 판단은 인간의 경험과 신체적 능력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논증을 지탱하는 핵심 전제―즉 인지와 신체를 분리하는 관점―는 최근의 과학적 연구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자명하다고 보기 어렵다. 시각, 언어, 행동이 통합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연구, 생성되고 전이되는 데이터 환경, 그리고 감각과 운동이 결합된 인간 인지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은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누는 기존의 틀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신체적 노동이 본질적으로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는 주장은, 강한 직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이론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 & 신난 일꾼)
